2020년 4월 인베스트 조선에서 기고한
2008년 봄, 폭락 앞둔 탐욕의 증시...지금은 그때와 닮았다
라는 제목의 기사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최근 들어, SVB 파산 사태와 UBS의 CS 합병 기사가 도배되고 있습니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에서 이상하리만큼 너무나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태의 심각성(??)과 제2의 금융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모양새로 읽혀집니다.
지난번 블로그 글에서도 언급해 드렸지만...
각국에서의 행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닙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전인 2007년에도 이러한 발 빠른 대처는 항상 있어 왔습니다.
짧게 2008년 금융위기 전후를 복기해 보겠습니다.
- 2007년 3월 - 모기지 업체 파산시작
- 2008년 3월 - 베어스턴스 파산
- 2008년 9월 - 리먼브라더스 파산
- 6 개월 후(2009년 4월) 주가바닥
2007년과 비교할 때 이제 1 번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비슷해 보이는 징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1 년 후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여 2008년 9월(최초 사건 이후 18개월 후) 리먼브라더스 파산함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뼛속 깊은 곳까지 상처가 드러나고, 탐욕의 끝이 보이는 그때가 시작입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금융시장 뒤엔 항상 탐욕의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쳐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입니다.
- 영화 빅쇼트
뉴스 요약
이재영 차장 - 출처 : 2008년 봄, 폭락 앞둔 탐욕의 증시... 지금은 그때와 닮았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원인이 아니었다. 결과였다. 2007년 여름부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채권이 부실화하기 시작했다. 2008년 초, 공포가 커지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마찰적 조정을 겪었다. 2100선에 다가서던 코스피 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1500선까지 밀렸다.
날이 따뜻해지며 낙관론이 득세했다. 2008년 3월 17일을 저점으로 코스피는 전형적인 ‘V자 반등’ 그래프를 그렸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은 이미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2007년 두 차례의 마찰적 조정을 겪으며 이미 극복한 이슈라고 생각했다.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의 폭등장이 다시 연출되는 분위기였다.
"4월부터 코스피 상승 속도 가속화" (2008년 3월 20일)
코스피, 2분기 1620~2000포인트 가능, ‘공격적 매수’ (2008년 3월 24일)
"바닥 찍고…올해 2000 내년 3000 간다" (2008년 4월 2일)
美 훈풍에 코스닥도 ‘맑음’ (2008년 4월 17일)
개인 직접투자 늘고있다 … 고객예탁금 올 최대 (2008년 4월 30일)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국내 증시를 두 달 동안 랠리를 이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계속해서 상승하며, 삼성전자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얻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허무하게 여겨졌습니다.모두가 흥에 취한 5월 중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여파가 수면 아래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 자금이 먼저 움직였다. 5월부터 국내 선물을 대량 팔아치우기 시작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부터는 현물을 던지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초부터 2008년 10월 말 저점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만 20조원을 팔아치웠다.
2008년 7월, 리먼브러더스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 7월 중순에는 코스피지수가 3월 전 저점 수준인 1500대 초반까지 다시 밀렸다. 이 상황에서도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1500~1700 박스권 장세’, '단기 조정 후 재상승’을 외쳤다. 하락에 베팅한 투기세력은 후퇴하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가 다시 불을 뿜을 거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속보가 날아들었다. 리먼의 파산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이미 막을 수 없는 금융위기로 비화했음을 방증하는 결과물이자 시작점이었다. 금융경색이 시작되며 증시는 재차 거꾸러졌다. 2008년 10월 27일엔 장중 한때 코스피 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2008년 가을엔 절망과 공포가 가득했다. 불과 6개월 전 증시를 지배하던 탐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고통은 2009년까지 계속됐다.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회복한 건 정확히 1년 뒤인 2009년 7월 중순이었다. 전 재산을, 혹은 빚까지 져가며 증시에 달려들었던 일부 개인들이 견뎌내기에 1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2009년 말까지 개인과 기업의 파산신청이 이어졌다.
지금은 어떨까. 한 증권사 관계자는 3월 국내 증시를 지켜보며 "모두 다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 하면 삼성전자를 싸게 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혈안이 되어 있다"며 "이건 공포의 장세가 아니라 탐욕의 장세"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증권사 예탁금 규모는 44조원으로 역대 최고치이며,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도 시장 지킴이로 활동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하는 행렬은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적 분수령"으로 불리며, "개인의 승리"를 선언하는 등 자본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러나, 작년 이맘 때에도 자본시장에서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리가 득세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장단리 금리 역전 현상을 두고 "이번에는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금, 글로벌 경제는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대형 침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이번 침체를 핑계로 삼을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단순한 방아쇠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미 자본시장은 중앙은행이 빌려주는 1일 만기 레포 자금을 증시에 투자할만큼 타락해있었고,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전에 없이 긴밀히 연결된 상황에서 일부 초대형 국가의 자국 우선주의와 무역 보호주의가 국제 공조를 통한 글로벌 성장에 흠집을 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3월 마지막주 328만건이었던 미국 주간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4월 첫주엔 400만건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물 경기를 반영하는 국제 유가와 구리 가격은 모두 10년래 최저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 신흥국 자본이탈도 시작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폐인 란드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최근 1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신흥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지시간으로 3월31일 "S&P500 지수가 4월 중 3월의 저점을 뚫고 내려가 다시 패닉에 빠진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도 뉴욕 증시에 대한 단기 투자의견을 ‘비중축소’, 12개월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하고 "현금성 자산을 확대하라"고 권유했다.
함께 보면 좋을 글
'뉴스해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해부]미 IRA 전기차보조금, 세부 지침 발표···한국업체 입장 대체로 반영 (208) | 2023.04.01 |
---|---|
[뉴스해부]강남 전세가율 40%대 붕괴하나? (142) | 2023.03.31 |
[뉴스해부]바이든, SVB 사태 신속 등판… “당신의 예금은 안전하다” (142) | 2023.03.14 |
[뉴스해부]서울 아파트값 ‘바닥 다지기’ 끝났나···송파구 10개월만 상승전환했다고? (414) | 2023.03.09 |
[뉴스해부]‘메디컬 고시’ 된 수능…초등학생부터 ‘의대반’ 생겼다 (162) | 2023.03.09 |
댓글